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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사니 딸려온 마이파우치.
    김이상/하루 2014. 12. 25. 06:57


    실로 참 오랜만에 책을 몇 권 샀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게 되는것은 주변에 있던 오프라인 서점이 서서히 필요이상의 희소성을 가지게 되는 탓도 있다. 간편하고 빠르고, 가끔은 뜻하지 않게 소박한 선물도 받게되는데 이번에는 작은보온병과 '마이파우치'라는 것이 함께였다.

    파우치는 보통 아주 작거나 손에 잡힐만한 사이즈로 여성들이 드레스코드에 맞게 간편하고 간소화되면서도 패셔너블하게 이용하는 가방을 뜻 하는데, 간단히 말해 작은 손가방. 즉 *건달가방=일수가방=파우치* 라고 나는 정리 해 본다. 너무 센스가 없는 것 같다.


    비닐 파우치인 마이파우치는 d.i.y제품으로 설명서를 보며 간단하게 만들어가는 아주 작은 성취감을 얻을 수있는 똑똑한 선물이었다. 보통 꼼냥꼼냥 뭔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손이라서, 이런 간단한 만들기는 참 좋아하는 편인데,

    우리남편 두두처럼 프라모델을 장시간에 걸쳐 만든다거나 하는 작업은 단순히 나에게는 스트레스일뿐이라, 나는 참 편한것만 좋아하는 단순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안에는 내지가 종류별로 4장, 수상해 보이는 비닐 3장, 그리고 없어선 안되는 설명서가 함께들어있다. 사실 출근하자마자 택배를 받았고 딴짓을 좀 하고 싶었던터라 사무실 책상이 언뜻 보이는것은 공공연히 비밀로한다.
    택배를 집으로 시키면, 매번 출근하고 집에 없으니 경비실에 맡겨달라 말하게 되는데, 그것조차 사실 불안한거라 내가 우리집을 자주 비운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게된다는 것이.. 우리 집을 혼자 지키고 있을 내새끼 요다한테라도 누군가가 해코지를 할까 두렵다. 이런것도 망상이라면 망상이다. 나는 어릴 적 부터 불안증이 심하고,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망상도 잦은편이었는데, 커가면서 아주 많이 줄어들었지만 가끔 이렇게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쓸데 없는 걱정이라고 말할 수준의 걱정을 달고산다.

    왠지 마음에 드는 수상한 비닐에는 "내가 바로 마이 파우치예요" 하고 써있다. 여름에 사은품으로 줬다면, 지금의 계절보다는 훨씬 잘 어울렸을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지 시원해 보이는 외관.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투명함은, 늘 어릴적 수영장에 갈 때 엄마가 손에 쥐어주시던 그 비닐백과 닮아서인가, 하고 떠올려보았다.

    가장 맘에 안드는 체크무늬를 빼고는 귀엽다고 느낀 세장 중에 회색 도트 무늬를 골라 나만의 가방을 만들어 보기로하는데, 저 체크무늬가 싫었던 것은 아무래도 너무 흔한 모양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일례로 저 타탄체크무늬는 우리집에 셔츠로도 있고 컵받침, 노트표지, 사무실에 담요까지 아주 흔한 것이라서 손가방까지 저 것으로 꾸미고 싶지 않았다. 역시 흔한 것은 재미 없다.

    간단히 끼우고 넣고 세네번만 따라가면 완성. 생각보다 귀엽다. 마음에 든다. 비닐이라 간단히 세면도구를 담아도 괜찮을 듯 하고 학용품, 간식 등을담아 가방안에 이너백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다. 물론 사용을 누가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이 가방의 운명은 달라질텐데, 나 말고 귀엽고 정리정돈을 잘 하는 여성분이 가져갔다면 화장품을 담는 파우치로도 충분히 활용했을 것이다.

    책상위에서 나부끼던 파리바게트 사탕과 녹차맛 다스초콜릿을 넣어보았다.사이즈도 꽤 괜찮아서 작은노트나 수첩, 휴대폰과 디카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끔 사는 책인데 이렇게 선물을 받는걸 보면 평소에도 제발 책 좀 읽어라 하는 교훈을 담아 보낸게 아닌가 그런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좀 더 여성스러운 여자였다면 그럴듯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것이 또 못내 아쉬워진다. 서점에 대한 로망은 사라져도,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이 아무리 편해도, 가끔은 서점 구석 바닥에 앉아 책을 읽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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